Friday, April 17, 2009

The Triumph of Death (A.D. 1562, Peter Brugel)

유화로 그려진 이 음산하고도 기괴한 그림은 지난 글에 소개된 적이 있는 네덜란드 화가 피터 브뤼겔의 작품이다. 이 그림은 현재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첫 눈에 들어오는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무언가 끔찍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림의 부분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그림을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볼수 있다), 이는 전쟁이 아니라 거의 일방적인 거대한 학살이 벌어지고 있는 장면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그림 상단에서 하늘을 뒤덮고 있는 짙은 연기는 죽음의 군대에 의한 대량 학살이 비단 이 곳뿐만이 아니라 온 세상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왼쪽 상단에 보이는 한 해골 군사는 죽음의 군대의 완전한 승리를 알리는 종을 울리고 있다. 그림 중앙에 보이는 수 많은 사람들은 죽음의 군대를 피하여 혼비백산하여 도망가고 있지만, 그 어디에도 그들의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안전한 곳을 찾을 수가 없다. 죽음의 군대는 이미 그 사람들을 위해서 거대한 관을 준비해 놓았다. 군대는 마치 토끼몰이를 하듯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관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림의 왼쪽 아래 귀퉁이에 붉은 망토를 두르고, 빛나는 갑옷을 입은 사람이 보인다. 그의 옷차림으로 보아 그는 막강한 권력을 지닌, 고귀한 지위에 있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죽음이 임박하기 전 그 사람은 어쩌면 온 천하를 호령하는 황제의 위치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이제 삶에 대한 아무런 희망이 없이, 두 다리를 힘없이 쭉~뻗은체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그 어디에도 임박한 죽음에 대해 맞서려는 의지는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림의 중앙 아랫쪽에는 그래도 몇 몇 용감한 기사들이 무시무시한 해골 군사들을 상대로 최후의 저항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뾰족한 칼과 창은 이 거대한 죽음의 흐름 앞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어 보인다.

그림의 오른편 하단에 보이는 원형 식탁이 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식탁 앞에서 자신의 칼을 막 뽑으려 하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죽음의 군대가 어찌나 갑작스럽게, 그리고 순식간에 이곳을 덮쳤는지, 이미 세상은 아비귀환이 되어있는데, 그는 이제서야 죽음의 엄습을 깨닫고 뒤늦게 자신의 칼을 뽑으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뒷편에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 소년이 비파를 연주하며 아리따운 여인의 품에 안겨있다. 그들은 지금 행복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들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끔찍한 죽음뿐이다.


이 그림이 그려질 당시 서부 유럽은 종교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뿐만아니라 자신의 세력을 계속하여 확장하려는 강대국들과 그 속에서 독립을 지켜내려는 작은 나라들 사이의 전쟁 또한 끊이질 않았다. 화가는 이렇게 암울한 현실속에서 어떤 명분으로 전쟁이 시작되었던지, 또는 결과적으로 어느 한편이 승리를 하던지간에 결국 최후의 승리자는 "죽음"일 뿐이고, 우리 나약한 인간은 이러한 죽음의 무차별한 공격에 속절없이 굴복할 수 밖에 없는 패배자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싶어했던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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